판소리의 세계, 명창과 더늠은 판소리의 역사와 예술성을 이끌어온 핵심 개념을 살펴보는 주제입니다. 판소리의 세계, 명창과 더늠을 이해하는 일은 판소리가 어떻게 축적되고 전승되어 왔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판소리의 명창과 더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명창 시대 구분과 더늠의 의미
판소리 청중들 사이에서는 흔히 전기 8명창 시대, 후기 8명창 시대, 5명창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물 나열이 아니라, 특정 시기마다 판소리의 성격과 미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역사 인식 방식입니다. 명창의 이름과 그들이 남긴 더늠을 통해 판소리의 발전 단계를 구분하는 것은 판소리가 개인 예술이면서 동시에 집단적 전통 예술임을 잘 보여줍니다.
더늠이란 특정 소리꾼이 기존의 판소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하거나 개작하여, 특별히 뛰어난 대목으로 완성한 것을 말합니다. 판소리는 문자로 고정된 작품이 아니라 구두로 전승되는 예술이기 때문에, 더늠은 판소리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됩니다. 명창은 단순히 소리를 잘한 사람이 아니라, 판소리의 흐름 속에 자신만의 흔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세기에 해당하는 8명창 시대는 판소리가 예술로서 완성도를 갖추고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명창들은 각자의 더늠을 통해 판소리의 음악적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었고, 지역적 한계를 넘어 민족 예술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5명창 시대와 현대로 이어지면서 더늠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전승과 변용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판소리의 역사는 곧 더늠의 축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기·후기 8명창 시대와 판소리의 전성기
전기 8명창 시대는 19세기 전반에 해당하며, 판소리가 12바탕으로 정리되고 예술적 체계가 확립된 시기입니다. 권삼득, 송흥록, 염계달, 모흥갑, 고수관, 신만엽, 김제철, 송광록 등은 각기 독창적인 더늠과 창법을 개발하여 판소리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이들은 향토 음악 선율을 판소리에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판소리가 특정 지역의 소리를 넘어 전국적 예술로 성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송흥록은 판소리를 집대성한 인물로 동편제 판소리의 시조로 평가받으며, 진양조 장단의 발전과 귀곡성 같은 걸작 더늠을 남겼습니다. 권삼득의 덜렁제, 염계달의 경드름과 추천목, 고수관의 자진 사랑가 등은 모두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중요한 음악 자산입니다. 이 시기의 더늠은 판소리의 골격을 형성한 핵심 요소였습니다.
후기 8명창 시대인 19세기 후반에는 박유전, 이날치, 김세종, 송우룡, 정창업 등 뛰어난 명창들이 등장하여 기존의 더늠을 더욱 세련되게 다듬었습니다. 이 시기 판소리는 궁중에까지 진출하였고, 서편제 소리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판소리의 미학은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계면조 중심의 섬세한 표현, 사설 개작, 대사습 제도의 등장 등은 판소리를 제도적 예술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후기 8명창 시대는 판소리가 예술성과 사회적 위상을 동시에 확보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명창 시대 이후와 현대 판소리의 변화
5명창 시대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에 이르는 시기로, 판소리가 근대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시기입니다. 박기홍, 김창환, 김채만, 송만갑, 이동백, 유성준, 정정렬 등은 이 시기의 대표적인 명창들입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판소리를 계승하면서도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창극화와 음반 녹음을 적극적으로 수용했습니다.
특히 유성기 음반의 보급은 판소리를 특정 공간의 공연 예술에서 대중 예술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판소리는 점차 대중의 취향에 맞추어 계면조 중심으로 변화하였으며, 감정 표현이 한층 강조되었습니다. 또한 권번의 설치로 여성 소리꾼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판소리의 전승 주체도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해방 이후 판소리는 산업화와 사회 구조의 변화로 한때 침체를 겪었으나, 임방울, 김연수, 김소희 등 명창들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김연수는 다섯 바탕을 새롭게 정리하여 현대 판소리의 표준을 마련하였고, 그의 소리는 오늘날까지도 가장 활발히 전승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명창과 더늠은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판소리를 지탱해 왔으며, 판소리의 생명력은 바로 이러한 끊임없는 변이와 전승 속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