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세계, 판소리의 조는 장단 위에 어떤 가락과 어떤 소리로 감정을 입히는가를 살펴보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판소리의 세계, 판소리의 조는 음악적 구조를 넘어 소리의 성격과 느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판소리의 세계, 판소리의 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판소리에서 조의 개념과 중요성
판소리에서 가사를 음악으로 표현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장단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가락과 어떤 창법으로 표현하느냐 하는 조의 문제입니다. 장단이 판소리의 골격이라면, 조는 그 골격 위에 감정과 색채를 입히는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장단이라 하더라도 어떤 조로 부르느냐에 따라 소리의 성격과 분위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판소리에서 사용하는 조의 명칭에는 우조, 평조, 계면조 등이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음계의 구분을 넘어 판소리 표현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백대웅은 판소리의 조를 설명하면서 ‘길’의 개념과 ‘성음’의 개념이라는 두 가지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이 설명은 판소리의 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틀을 제공합니다.
조는 단순히 음의 배열이나 음높이의 문제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판소리에서 조는 가사의 내용, 인물의 감정, 극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소리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명창들은 조를 바꿀 때 단순히 음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성질과 감정 표현 자체를 전환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판소리의 조는 서양 음악의 조성과는 다른, 훨씬 감각적이고 총체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길의 개념으로 본 판소리의 조
백대웅이 말한 ‘길’의 개념은 판소리의 조를 구성음과 선율 진행의 측면에서 설명한 것입니다. 이는 서양 음악의 선법이나 음계 개념과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판소리에는 대표적으로 우조길, 평조길, 계면길이 있습니다.
우조길은 솔음계를 바탕으로 하며, 구성음은 솔·라·도·레·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길은 밝고 힘찬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으며, 장쾌하고 호기로운 장면에 자주 사용됩니다. 〈심청가〉 중 화초타령이나 천자 앞에 심청이 등장하는 대목이 우조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조길은 레음계를 바탕으로 하며, 구성음은 레·미·솔·라·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평조길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을 주며, 서사적인 흐름이나 평온한 장면에 어울립니다. 〈춘향가〉의 천자 뒤풀이 대목이나 〈심청가〉의 범피중류 대목이 평조길로 되어 있습니다.
계면길은 미음계를 바탕으로 하며, 구성음은 미·솔·라·시·도·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시와 도는 꺾는 음으로 사용되어 하나의 음처럼 처리됩니다. 계면길은 남도 민요의 육자배기나 무가의 선율과 유사하여 애절하고 슬픈 느낌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도에서 시로 꺾어내려 미에서 떠는 선율은 계면조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춘향가〉의 이별가나 옥중가 같은 대목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길의 개념은 판소리 조의 음악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성음의 개념과 판소리 조의 실제 판정
‘성음’이라는 용어는 민속악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누군가의 연주나 소리를 듣고 “성음이 좋다”거나 “성음에 애원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처럼, 성음은 소리의 질과 색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감정을 포괄적으로 의미합니다. 판소리에 적용하면 성음은 발성법, 창법, 음색, 음질, 감정 표현이 모두 결합된 소리의 성격을 말합니다.
우조 성음은 우렁차고 씩씩한 느낌을 주는 소리이며, 평조 성음은 한가하고 평온한 느낌을 줍니다. 계면조 성음은 애절하고 슬픈 감정이 짙게 배어 있는 소리입니다. 백대웅 역시 성음을 발성법에 따른 음색과 음질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어떤 기보법으로도 완전히 전달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판소리 현장에서는 조를 판정할 때 길이나 이론적 구조를 따지기보다는 소리의 느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노식이 판소리의 조는 “들어서 안다”고 말한 것처럼, 조는 분석보다 감각에 의해 인식됩니다. 『가곡원류』에서도 평조를 평사낙안, 계면조를 애원처창과 같은 상징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을 보면, 조는 음악적 구조보다 표현된 감정과 분위기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때문에 같은 평조길이라도 우조 성음으로 부르면 우조로 인식되고, 계면 성음으로 부르면 계면조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조의 최종 판단에서 성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판소리에서 조란 길과 성음이 결합된 개념이지만, 실제 표현에서는 성음이 조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